영화 [퍼펙트]는 가진 건, 가오, 흥, 주먹밖에 없는 영기와, 한때 최고 승률을 자랑하는 업계의 전설 변호사이자 거대 로펌 CEO였으나 사고로 전신불수가 되어 이제 가진 거라곤 돈밖에 남지 않은 장수, 이렇게 공통점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을 듯한 두 사람이 저마다의 이해관계로 만나 '퍼펙트'라는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정서적 로드 버디 무비입니다.
[퍼펙트]의 주제는 제목 그대로 '퍼펙트'입니다. 퍼펙트, 완벽함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그건 사람마다 다르지 싶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일을 함께 하며 삶을 살아가는 게, 보통의 우리가 '퍼펙트'에 가지는 보편적인 로망이 아닐까 합니다. 완벽한 삶을 위해 우리는 완벽한 존재가 되고자 합니다. 더 많이 공부하고 더 좋은 기술을 배워서 돈을 많이 모으고 이상형의 이성을 만나 남부럽지 않은 가정을 꾸리고 사는 완벽한 삶의 전제가 자신이 완벽해지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완벽에 대한 욕망은 우리가 완벽하지 않다는 반증입니다. 우리는 스스로의 부족함을 너무나 잘 알기에 더욱 완벽해지고자 합니다. 하지만, 완벽에의 욕망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작고 소소하고 사소한, 하지만 잠시라도 가만히 생각해보고 들여다보면 너무나 소중한 존재와 가치들을 잃고 사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우리는 완벽해지기 위해 완벽하지 않은 것들을 부정하고 기피하고 외면하며 앞만 보며 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완벽하지 않은 존재들을 밟고 넘어뜨리고 때로는 정서적으로 죽이면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아닐까요. 그렇게 완벽한 괴물이 되어가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것은 1도 없어서 결국 나 혼자만 남게 되는 건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네 삶이 대체로 비극인 이유는 어쩌면 이 '퍼펙트' 완벽증인지도.
'퍼펙트'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 [퍼펙트]는 삶의 계층 양 극단에 있는 영기와 장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웁니다. 영기는 가진 건 주먹뿐인 밑바닥 건달입니다. 모양만 건설사, 속은 뼛속까지 조폭인 기업의 이사이지만, 월세에 살며 삼수생 동생 정기의 뒷바라지를 하는 밑바닥 인생입니다. 벤츠 E220을 가지고 있지만 무리해서 겨우 장만한, 전형적인 카푸어입니다. 서민 영기는 보통의 시민처럼 신분상승을 꿈꿉니다. 그 수단이 바로 주식입니다. 주식은 이 너무도 자본주의적인 사회에서 적은 종잣돈을 가진 서민들이 신분상승을 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자 통로입니다. 하지만 그 통로는 바늘구멍보다 작아서 많은 개미들이 압살 당하는 지하 수용소이기도 합니다. 영기도 결국은 개미, 그것도 공금 횡령한 돈을 굴리는 간 큰 개미, 하지만 어쨌든 개미인 영기는 작전주에 당하고 쪽박을 찹니다.
영기에 비해 장수는 이생에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루고, 오를 수 있는 곳까지 올라간 인물입니다. 사회의 지식인이자 잘 나가는 법 기술자이며, 한 회사의 CEO이자 아내와 딸을 둔 화목한 가정의 가장. 사회적 지위, 명성, 부를 모두 이루었습니다. 보통의 우리가 상상한 '퍼펙트'에 가장 가까운 인물인 것입니다. 하지만 사고로 아내와 딸을 잃고 전신불수가 된 장수는 모순적이기도 '퍼펙트'에서 가장 멀리에 있습니다.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장수는 일개미처럼 일했습니다. 아내와 딸과 함께할 시간까지 쪼개서 일에 매진합니다. 아마도 빨리 완벽한 존재가 되어 아내 딸과 함께 완벽한 행복을 누리고 싶었을 겁니다. 하지만 완벽에 대한 조급증 때문에 인생이라는 장기판에서 장수는 자주 무리수를 두었고, 그 결과과 가족, 건강 다 잃고 돈만 남은 현재의 모습입니다.
사는 세계가 너무도 달라, 서로 만날 일이 없을 듯한 두 사람은, 영기가 홧김에 저지른 폭행 사건으로 사회봉사명령을 받아면서 만나게 됩니다. 영기는 주식으로 날린 회삿돈 7억을 장수의 사망 보험금으로 다시 메꾸기 위해, 장수는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이루기 위해, 두 사람은 같은 배를 타고 동행을 시작합니다. 배경도 성격도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기도 하지만 조금씩 서로에게 동화되어 갑니다. 이를 통해 영화는 사회적 지위가 아무리 높고 가진 돈이 많아도 건강을 잃고, 소중한 존재를 잃으면 다 소용없다는, 다소 진부한 메세지를 조진웅이라는 배우를 전면에 내세워 최대한 코믹하고 유머러스하게 전달합니다. 이 메세지는 장수와 정기의 대사에서도 분명히 드러납니다.
돈이면 세상을 제대로 살 수 있을 것 같냐 너는? / 장수
형님아 내 학교 댕길 때 친구 집 놀러 가면 제일 부러웠던 게 뭔지 아나? 친구 엄마 밥 하는 냄새에, 빨라 삶는 냄새에, 그 사람 사는 냄새가 난 세상 부럽더라. / 정기
사람들은 모두 부유하고 행복한 삶을 꿈꿉니다.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물론 돈이 필요합니다. 시간적 자유와 여유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역시 돈으로 편함을 살 수는 있지만 행복을 살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고 해도 그건 돈이 있을 동안에만 유효할 겁니다. 사건 사고를 당하거나 중병에 걸려 목돈이 드는 일이 생긴다면 우리가 행복이라 여겼던 감정은 지출되는 금액만큼 사라질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완벽한 삶에 근접할 수 있을까요? 그건 장수라는 인물로 보여주는 건강과 관계가 아닐까 합니다. 당장 돈이 없어도 건강만 하다면 마음만 먹으면 다시 돈을 모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를 사랑하고 아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면 행복지수는 늘 높을 겁니다. 이는 75년간 진행되고 있는 하버드 연구도 증명합니다. 이 연구는 무려 70년 넘게 피실험자들을 추적 관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결정적 요인으로 관계, 관계의 폭보다 깊이에 주목합니다. 즐거움과 어려움을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있을 때, 그는 좋은 감정 상태를 유지하고 이는 몸의 건강과 재정적인 안정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든다는 것이 연구의 요지입니다.
돈은 분명 행복의 조건입니다. 하지만 많은 조건 중 하나이지 결코 전부는 아닙니다. 돈만을 쫓는다면 그 끝은 돈 말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장수'가 내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요. 이는 장수의 버킷리스트를 보면 더욱 와 닿습니다. 장수 정도의 인물이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 야구장 가기, 수영장 가기, 유골함 구하기, 셋이서 함께 하기 등이라니. 돈이 없어서 못한 일이 아니라, 시간이 없(다고 생각해)서 미루기만 했던 일이기 때문에 더욱 짠합니다.
인생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거창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 모자라고 부족하더라도 좋아하는 사람, 소중한 사람과 커피를 마시고, 술도 마시고, 영화도 보고, 가끔은 바람도 쐬러 가고. 아니면 꼭 누군가와 함께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작고 사소한 일을 하며 행복해하는 소소한 순간들로 이루어진 시간의 총체. 그것이 인생이고 가장 퍼펙트한 삶이 아닐까 합니다. 영기의 마지막 대사처럼
"너무 빨리 갈라고도 하지 말고, 그동안 못 본 경치들도 좀 보고, 그래 슬 한 번 가"는 것, 이것이 삶을 가장 퍼펙트하게 사는 방법이 아닐까요. 그래 살면 때로 인생이 고장 나고 아무리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쳐도 동생의 의대 합격 소식에 뼛속까지 기뻐하는 영기처럼 환하게 웃을 수 있지 않을까.
이처럼 [퍼펙트]는 삶의 의미와 소중한 가치, 존재 들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영기 장수의 동행을 함께 하며 마냥 가볍고 웃기지만, 영화가 끝남과 동시에 묘한 여운이 아릿하게 남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진부한 스토리, 개연성 부족, 얕은 드라마, 뻔한 결론 등 분명 단점도 많은 영화이지만 생각 없이 가볍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킬링타임용으로 볼 만한 한국 영화를 찾는 분들에겐 좋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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